|
|||||||||||
|
|||||||||||
이 포스트는 제목을 달아놓고 보니 좀 선정적인 느낌이 들게 되었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의도인데 말이다. 이번 주말에 본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신부가 결혼을 앞두고 며칠간 여행을 간다는 설정이었다. 그게 이 포스트 제목의 이유이다.
첫사랑이란 그렇게 강렬한 것인가보다. 노트북에서는 둘의 사랑이 치매로 인한 기억상실을 뛰어 넘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함께 하도록 한다. 세상의...에서 주인공은 애써 외면하고 눌러왔던 첫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무심결에 고른 두 영화가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 것은 신기한 일이다. 둘다 2004년에 개봉되었고, 17살 정도의 청춘의 사랑과 그 이후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해피엔딩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순수하고 시간을 뛰어 넘는 사랑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두 편이었다.
우선, 한국사람이 쓴 책인데, 한국어 번역본이라는 것부터 범상치 않다. 장하준은 영국 켐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고, 이 책의 원본은 영어로 지어진 것이다. 한국인이 쓴 책이 세계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키고 한국에 번역본이 등장해서 인정을 받는 일은 정말 존경할 일이다. "(전략)깜작 놀랄 정도로 생생하고, 풍부하며, 명료하다(후략)"는 노엄 촘스키의 서평은 이 책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즉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시종일관 생생하고 풍부한 사례와 명료한 논리로 비판하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시장보호가 필요한지, 그것이 왜 세계 경제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고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개발도상국은 완전한 시장개방이 아닌 선택적 개방과 선택적 보호를 통해 자국의 전략적 산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개방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만일 1차 산업 이외에 제조나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국가가 완전 시장 개방을 한다면 그 국가는 1차 산업 이외에 더 생산성 있는 산업기반을 형성할 수 없고, 결국 선진국의 농장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시장 보호를 통한 생산성 높은 산업의 육성은 이미 영국, 유럽, 미국 등이 해왔던 일이며,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가 높은 곳으로 다 올라왔다고 사다리를 걷어차서 후발 주자들은 아예 못올라오게 만드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밖에도 일반적으로 무조건 좋거나 혹은 나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에 대해서 상식을 깨뜨려준다. 외국인 투자가 좋은 것인지, 민간기업이 공기업에 비해 좋은 것인지,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정부 재정 흑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부패한 사회가 반드시 경제성장을 못하는 것인지, 민족성이라는 것이 경제발전에 관련이 있는 것인지 등. 이러한 질문들에 상식 선에서 대답한다면, 저자로부터 곧바로 반박당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여러가지 근거에서 '아닐 수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치는, 훌륭한 학자의 훌륭한 글이다.
-
JR 2008/09/22 12:34
훌륭한 학자의 훌륭한 글. 저 스스로에게는 요원한 일이지만 이런 학자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학구열은 상당히 고양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일처럼 기득권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는 것은 학식과 더불어 용기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존경할 만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민족성과 경제발전의 관계를 장하준 교수는 뭐라고 했나 궁금하네요.
-
스카이워커 반지원정대 2008/09/22 23:23
"일본인은 게으르고 독일인은 거짓말을 잘하며 협동하지 못한다"는 평이 일본과 독일이 발전하기 전의 영국 등 선진국 지식인들의 평가였다고 해요. 지금 우리가 인도인은 어떻고 이슬람국가는 어떻고 하는 것이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문화가 경제 성장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상태가 사람들의 행동을 좌우하기 때문에 저성장 상태의 국가는 어떤 문화를 가졌다고 해도 발전된 나라의 눈으로는 게으르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것만 보인다는 거예요.
-
얼마전 네이버의 한 코너에서 본 것.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관촌수필 - 언제인가 들어본 책의 제목인데다가, 추천인이 박찬욱감독이었다. 박찬욱감독이 추천하는 책이라... 호기심이 생겼다.
박찬욱감독은 집이 온통 책 천지란다. 영상을 다루는 감독이 활자 매체를 그렇게 즐기다니, 적잖이 의아하기도, 생소하기도 했다. 박감독의 말로는, 자신의 영화에 영향을 끼친 것은 영화보다는 책이라고... 여하튼 영화도 책도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영화만 들이 판 사람이라면 그 나물에 그 밥인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에서, 정말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관촌수필은 소설가 이문구의 고향인 관촌 - 대천해수욕장 부근이란다 - 에서 겪었던 소년기의 일들, 그리고 장성해서 서울에 올라온 후 생긴 일들을 적은 연작 소설이다. 8편의 소설이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몇 개월 간격으로 발표되었으니, 각각은 하나의 단편 소설이지만 묶어 놓으니 하나의 장편소설이다. 각 편들은 하나의 인물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펼쳐보이는데 하나같이 그립고, 아쉽고, 슬프다.
주인공은 관촌의 퇴락해가는 양반집안의 외아들이다. 꼬장꼬장한 선비인 할아버지와, 지하운동을 하는 아버지, 전형적인 양반 안방마님인 어머니가 가족이다. 아버지는 거의 집에 안들어온 듯, 그 존재는 크지만 가깝지 않다. 거기에 주방일을 하는 옹점이, 동네의 친구들 - 거진 나이가 주인공보다 많다 - 이런 저런 사연을 가진 동네 주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 전편에 걸쳐 흐르는 그리움과 애잔함과 슬픔에 취했다. 관촌이 내가 두고온 고향처럼 느껴졌다.








Recent Comment